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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펜 리뷰

8호 사이즈 대형 14K 금닙 만년필이 15만원이라고요? [영생 630 만년필 리뷰]

by 아이디스 2023.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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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톤필러, 8호 사이즈의 대형 14K 금닙. 이 정도 스펙의 만년필이라면 대체 얼마정도 할까요?

몽블랑, 파이롯트, 세일러, 몬테그라파, 펠리칸, 레오나르도 등등을 생각하면 최소 60만원은 쉽게 넘을 것 같은데요, 중국 영생 만년필에서 이런 고사양 만년필을 111 달러, 약 15만원 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영생 630’ 만년필이 그것입니다.

타오바오 내의 상해군래 샵에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약 4만원을 더 주면 장도닙 버전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샵에서는 장도닙을 ‘군봉닙’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4만원을 더 주고 군봉닙(장도닙) 버전으로 구매해도 가격이 145달러이니, 정말 가성비 끝판왕이긴 합니다.

영생 630은 옵션사양이 상당히 많은데요,

  • 모양은 시가형/플랫탑,
  • 색상은 검은색/빨간색/청록색,
  • 투명잉크창은 민무늬/줄무늬,
  • 닙모양은 일반형/심전도형,
  • 닙굵기는 표준EF/표준F/표준M/표준B/군봉F/군봉M/군봉B로,


조합하면 이론적으로는 총 168가지의 옵션이 있습니다.

저는 이 옵션 중에서 플랫탑형 × 검은색 × 줄무늬 잉크창 × 일반형닙 × 군봉F닙 옵션과 시가형 × 검은색 × 줄무늬 잉크창 × 심전도형닙 × 표준F닙 옵션으로, 총 두자루를 구매했습니다.

이제 개봉해보겠습니다.

흰색종이커버 안에 케이스가 들어있습니다.

케이스를 연 모습입니다.

케이스 안에는 (1) 펜과 (2) 구리스(grease), (3) 팜플렛이 들어있습니다. 구리스는 나중에 피스톤이 뻑뻑해지면 발라서 윤활해주는 용도입니다.

플랫탑형과 시가형의 모습입니다. 시가형은 몽블랑 149와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나마의 양심인지 캡탑에 몽블랑 로고는 배끼지 않았습니다만… 멀리서 보면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말이 나온김에, 제가 가지고 있는 몽블랑 149를 꺼내어 영생 630들과 같이 두고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캡을 닫았을 때의 모습입니다. 왼쪽이 ‘영생 630 플랫탑형’, 가운데가 ‘영생 630 시가형’, 오른쪽이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9’입니다.

영생 630 시가형의 길이는 약 149mm, 몽블랑 149는 약 147mm 정도로, 영생 쪽이 1~2mm 더 깁니다만, 바로 맞대고 있지 않는 이상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캡탑의 마크 유무, 클립과 중결링의 차이로 구별할 수 있겠습니다.

영생 630 플랫탑형은 시가형에서 위아래를 평평하게 자른 느낌입니다. 길이는 약 138mm입니다. 혹시 전설의 몽블랑 139나 몽블랑 헤밍웨이와 비슷한 모양일까 궁금하긴 합니다만, 그 펜들이 없어 비교할 방법이 없습니다. ㅎㅎ (하지만 전혀 비슷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캡을 열였을 때입니다. 가운데 영생 630 시가형이 약 134mm, 오른쪽 몽블랑 149가 약 132mm로 비슷합니다. 영생 630 플랫탑형은 약 130 mm입니다.

닙을 보겠습니다. 영생 630의 닙모양은 일반형과 심전도형이 있습니다. 일반형은 동그란 홀에 숫자 2013이 새겨져있고 전체적으로 몽블랑 149와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심전도형은 하트모양의 홀에 슬릿이 스파크 모양입니다. 닙크기는 ‘9호 사이즈인 몽블랑 149’가 ‘8호 사이즈인 영생 630’들보다 미세하게 큰 느낌입니다만, 이 역시 언뜻 보면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캡탑입니다. 영생 630 시가형에는 다행히(!) 로고가 없습니다. 몽블랑 149에는 화이트스타 로고가 멋지게 그려져 있고요. 영생 630 플랫탑형에는 상해군래의 ‘군(君)’자 로고가 있네요.

중결링에는 ‘JUNLAI 630 MADE IN SHANGHAI’가 새겨져 있습니다. JUNLAI는 판매점인 ‘상해군래’에서 ‘군래’의 중국어 발음 영문표기인 듯 합니다.

저는 영생 630 두 자루 모두 ‘줄무늬 잉크창’을 골랐는데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몽블랑 149가 줄무늬 잉크창이라, 아예 비슷한 스타일로 골라봤습니다.

무게를 재보니 약 32~34g입니다. 잉크 충전량에 따라서 살짝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둔감한 제 손에서는 그리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위에서 닙모양을 보았는데, 이제는 닙과 ‘선굵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만년필은 그어지는 선의 두께에 따라 Extra Fine(EF, 극세필) 〈 Fine(F, 세필) 〈 Medium(M, 중필) 〈 Broad(B, 태필)의 순으로 선이 두꺼워집니다.

영생 630에는 이러한 ‘표준EF, 표준F, 표준M, 표준B’ 닙에 더하여 ‘군봉F, 군봉M, 군봉B’ 닙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여기서 ‘표준닙’과 ‘군봉닙’의 차이점은 바로 팁의 모양에 있습니다.

옆에서보면 표준닙은 팁이 둥그런 모양인데 반해, 군봉닙은 약간 칼처럼 생겼습니다. 최근에 출시된 ‘몽블랑 149 캘리그라피 컬시브닙’이나, 세일러 만년필 중에서 ‘나기나타 토기닙’이라고 하는 특수닙과 비슷한 종류입니다.

군봉닙의 팁이 이렇게 생겼기 때문에, 필각에 따라 그어지는 선의 굵기가 차이가 나게 됩니다. 세워서 쓰면 가로선이 얇게 그어지고요, 칼날 같은 부분이 종이에 다 닿도록 눕혀서 쓰면 가로 선이 굵게 그어집니다.


이제 파이롯트 월야 잉크를 넣어 밀크 프리미엄(80g) 종이에 시필을 해보겠습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첫번째 줄이 ‘영생 630 표준F닙’으로 쓴 것이고, 두번째 줄이 ‘영생 630 군봉F닙’으로 쓴 것입니다. 사진 상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군봉닙으로 쓴 두번째 줄에서는 대체적으로 세로선보다 가로선이 약간 더 굵게 나왔습니다.


군봉닙이 더 비싸긴 한데, 취향에 따라 군봉닙 또는 표준닙을 고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필감은 개인적이기도 하고 펜 개체마다 조금씩 달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두 개 모두 준수한 필감이었습니다. 저는 몽블랑 149의 그립감을 좋아하는데요, 그 10분의 1 가격으로 149의 그립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같은 종이 위에, 같은 브랜드/같은 모델의 만년필을, 같은 잉크로 쓴다고 해도 펜 개체마다 편차가 있으니 위의 시필사진은 그냥 참고로만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영생 630 ‘시가형’의 경우, 몽블랑 149 만년필의 복제품 느낌이 강한데요, 최대한 몽블랑 149 디자인을 피해서 구입하고 싶다면, 펜모양은 시가형이 아닌 ‘플랫탑형’으로, 닙모양은 일반형이 아닌 ‘심전도형’으로, 투명잉크창은 줄무늬형이 아닌 ‘민무늬형’으로 고르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8호 사이즈의 14K 금닙 만년필 중에서는 전세계 만년필 중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펜인 것 같습니다. 개체마다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양품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대충 본 것인지, 완성도나 마감에서도 하자가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14K 금닙 대형기지만, 가성비가 좋아 전투용/실사용으로 들고 다녀도 심적 부담이 덜한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중국의 만년필 브랜드 영생의 630 만년필을 살펴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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