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인연이 닿았습니다.
95년도에 1919개만 만들어졌다는, 오로라의 ‘단테 알리기에리 한정판 만년필’. 출시된지 15년이 넘은 한정판인지라 남아 있는 신품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금번에 국내펜샵에서 공식보증서까지 넣어서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처음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단테가 왜 여기서 나와’였지요ㅎㅎ. 약 일주일간을 고민한 끝에 결국 큰 맘 먹고 질렀습니다….
자, 그럼 단테를 만나볼까요.
가격과 비례하는 크기의 큼지막한 케이스입니다.
박스 안에는 펜과 잉크, 보증서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기존에 다른 분들이 보여주신 케이스나 이베이 등에서 봐오던 케이스와는 사뭇 다른 디자인인 것 같습니다. 95년도 버전은 박스 내부의 색상이 녹색 계열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건 박스 내부가 검은색입니다. 95년도는 상자 겉에도 단테 초상이 그려져있지만 이건 그냥 검은색의 최근 케이스 같구요. 그래도 좋습니다. ㅎㅎ
펜 참 잘 생겼습니다. 녹색 래커와 금장도 역시 잘 어울리구요.
캡탑에는 단테의 초상이 새겨져있고,
캡탑 링에는 (한정판답게) 번호가 매겨져있습니다. 저는 750번이네요.
트위스트(돌려서 여닫는) 방식의 캡을 열어보았습니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아름답네요.ㅎㅎ
F닙이고 재질은 18k 금입니다. 잉크 충전 방식은 피스톤 필링이구요.
이 펜에는 사은품으로 동봉된 ‘오로라 100주년 기념 잉크 — 베르데 (녹색)’를 넣어 시필해보았습니다.
시필한 것을, 제가 가지고 있는 다른 F닙 만년필들과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중국제보다는 선이 굵지만 유럽제들 중에서는 얇은 편인 거 같습니다. 몽블랑 어린왕자 f닙이나 파커 소네트 f닙과 비슷하거나 살짝 더 얇은 거 같아요.
이번에는 제가 가진 다른 오로라 만년필들과도 비교해보겠습니다.
오로라끼리 모아보니 확실히 닙사이즈 간에 살짝이나마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 물론, 같은 종이 위에, 같은 브랜드/같은 모델의 만년필을, 같은 잉크로 쓴다고 해도 펜마다 편차가 있으니, 위의 시필샷은 그저 참고로만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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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단테시리즈는 지금 소개한 단테 알리기에리말고도 단테 인페르노(지옥), 단테 푸르가토리오(연옥)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단테가 쓴 「신곡」 구성대로이지요. 신곡이 인페르노(지옥) → 푸르가토리오(연옥) → 파라디소(천국) 순서로 진행되는 것처럼요. (근데 아직 오로라에서 단테 파라디소(천국) 만년필을 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만년필에 관심을 두었을 때부터, 단테 파라디소가 나오거나, 신품급의 단테 알리기에리가 나오면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렇게 단테 알리기에리가 나와줄 줄 몰랐습니다. 구매하기 전에 망설이고 고민했던 것 만큼, 펜을 즐겁게 사용해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