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사파리는 제가 애정하던 만년필이 아니었습니다. EF닙을 샀는데 다른 브랜드의 EF닙보다 굵게 써지고, 종이에 쫙쫙 번지는 등… 처음 느낌이 솔직히 별로 였었거든요.
그런데 여러 만년필을 쓰다보니 세필과는 다른 태필의 매력에도 마음이 가고, 종이에 번지는 것은 펜 뿐 아니라 잉크와 종이의 영향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파리에게 가졌던 제 자신만의 오해를 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색깔 놀이도 할겸, 아래와 같이, F닙 두자루와 M닙 두자루를 사보았습니다.
• 라미 사파리 블루 마카롱 M닙 → F닙으로 교체
• 라미 사파리 파우더 로즈 M닙 → F닙으로 교체
• 라미 사파리 화이트 F닙 → M닙으로 교체
• 라미 사파리 레드 F닙 → M닙으로 교체
사파리는 닙교체가 비교적 쉬워서(그냥 잡아빼면 되지요) M닙과 F닙을 서로 교체했습니다.
(왼쪽 아래부터)
라미 사파리 블루 마카롱
라미 사파리 파우더 로즈
라미 사파리 화이트
라미 사파리 레드
(왼쪽부터)
라미 사파리 블루 마카롱
라미 사파리 파우더 로즈
라미 사파리 화이트
라미 사파리 레드
모아 놓으니 더 괜찮아 보이네요.
이번에 산 사파리들은 특별한 패키지 없이, 오로지 펜과 카트리지 1개만 있는 것들로 사서 가성비를 높였는데요, 동봉된 카트리지에는 모두 라미 블루 잉크가 들어있습니다. 오랜만에 주사기 신공을 발휘하여 블루 잉크를 모두 뽑아내고 제가 원하는 잉크를 다시 넣어보았습니다.
라미 사파리 블루 마카롱에는 피에르가르뎅 몰디브 쉬머 터키 잉크를 넣어줬구요,
라미 사파리 파우더 로즈에는 가장 무난한 파커 큉크 블루블랙을 넣었고,
라미 사파리 화이트에는 펠리칸 에델슈타인 스모키쿼츠를,
마지막으로 라미 사파리 레드에는 세일러 잉크스튜디오 273 을 넣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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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디아 노트에 시필해본 사진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리드 한 칸의 간격은 5mm입니다.)
라미 사파리들만 놓고 EF닙부터 M닙까지 비교한 것입니다. EF닙과 F닙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다른 브랜드의 EF닙들과 사파리 EF닙들을 비교한 것입니다. 확실히 EF닙 사이에서는 라미 2000과 라피 사파리가 굵게 써지는 축에 속합니다.
다른 브랜드의 F닙들과 사파리 F닙들을 비교한 것입니다. 까렌다쉬나 몽블랑 보다는 살짝 얇고, 영생이나 와이스튜디오 같은 중국•대만제 보다는 살짝 두꺼운 느낌입니다(거의 비슷비슷합니다).
다른 브랜드의 M닙과 사파리 M닙들을 비교한 것입니다. 오로라 M닙보다는 살짝 굵고 몽블랑 M닙과는 비슷하거나 아주 살짝 얇은 느낌이네요.
(제가 가지고 있는 라미 사파리 펜들을 한정하여 정리해보자면) 라미 사파리는, EF닙에서는 다른 펜들보다 두껍게 써지고, F닙이나 M닙에서는 다른 펜들과 비슷하거나 살짝 얇게 써지는 것 같습니다. 즉,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EF닙과 F닙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가진 펜들이 이렇다는 것이고, 같은 브랜드의 같은 모델의 같은 펜촉 규격에서도 오차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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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마카롱과 파우더 로즈는 2019년 한정판이고, 화이트와 레드는 온고잉 모델입니다. 본 리뷰를 마무리하며 화이트와 레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온고잉 모델들도 한정판처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쓰면 되겠네요. ㅎㅎ
흰빨 조합은 마치 스위스 에디션이라고,
빨흰 조합은 포켓몬볼 에디션이라고 불러도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