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펜 리뷰

카베코 알 스포트 골든 에스프레소 M닙 개봉/시필 리뷰 (닙별 비교, M닙 사이즈 비교, 카웨코 알스포츠, Kaweco Al Sport Golden Espresso)

아이디스 2021. 9. 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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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서는 작고 손에서는 큰 펜

Small in the bag - big in the hand

 

이것이 독일의 만년필 회사 카베코(Kaweco, 또는 카웨코)가 자사의 브랜드 중 하나인 스포트(Sport, 또는 스포츠) 시리즈에 붙인 캐치 프레이즈입니다.

 

​카베코는 1883년에 설립되어 역사가 매우 오래된 만년필 회사입니다. 1883년은 프란츠 카프카, 코코 샤넬 등이 태어난 해이며, 조선에서는 태극기를 정식 국기로 선포하고 한국 근대 신문의 효시인 한성순보를 창간한 해입니다.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초대황제로 등극한 해가 1897년이니, 카베코는 대한제국보다도 14년 먼저 설립된 셈이네요.

 

현재의 카베코는 고가제품보다는 ‘예쁜 디자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대신 스틸닙)의 제품들’로 승부하는 느낌입니다. 국내에서는 ‘스튜던트 시리즈 / 스포트 시리즈 / 페르케오 시리즈 / 릴리풋 시리즈’ 등을 많이 쓰시는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10만원대 초반으로 비교적 카베코에서는 상위 라인업인 ‘다이아2 시리즈’도 있는데, 이 가격대에서는 ‘펠리칸 M200 시리즈(스틸닙)’나 ‘플래티넘 센츄리(14K 금닙)’ 등이 더 강세인 것 같습니다.

 

다시 카베코로 돌아와서…, 이번 포스트에서 리뷰할 제품은 카베코 스포트 (Kaweco Sport) 만년필입니다. 국내에서는 ‘카웨코 스포츠’로 더 많이 불리는 제품입니다.

 

스포트 시리즈는 다시 바디 재질별로 구분을 할 수 있는데요, 플라스틱 재질의 ‘스포트 클래식 / 스포트 스카이 / 스포트 프로스트 / 스포트 아이스’ 시리즈, 알류미늄 재질의 ‘알 스포트’, 황동 재질의 ‘브라스 스포트’, 스틸 재질의 ‘스틸 스포트’ 등이 있습니다. 이번에 저는 미국 한정판으로 나온 ‘알 스포트 골든 에스프레소’를 구매했습니다.

 


자, 그럼 패키지를 오픈해가며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은 색의 종이 커버가 펜케이스를 감싸고 있습니다.

 

 

펜케이스는 철제로 되어 있고 빈티지스럽습니다. 카베코 스튜던트 시리즈에 제공되는 철제 펜케이스보다는 작습니다.

 

 

철제 펜케이스 속에는 펜 하나만 달랑 들어있습니다. 보증서도 안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직구한 거라 국내 정식 AS가 어렵고 중고로 팔 것도 아니기에, 보증서가 있고 없고는 저에게 큰 상관이 없겠네요. 클립도 없는 맨 몸입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패키지에는 대부분 클립도 같이 들어있는데요, 이 미국 한정판은 클립을 별도 구매해야 합니다.

 

 

펜을 열어보면, 캡 / 펜촉과 그립부분 / 배럴 부분으로 나뉘어지고, 배럴 속에 카트리지(카베코 블루 색상)가 하나 들어있습니다. 이 카트리지는 국제 표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카베코 카트리지 뿐 아니라 몽블랑 / 그라폰 카트리지 등도 잘 맞을 것 같습니다. 펜이 작기 때문에 컨버터는 사실상 사용이 어려울 듯 하고, 잉크도 많이 못 채울 듯 합니다. 빈 카트리지에다가 원하는 잉크를 주사기로 채워넣는 방식으로 (이른바 카트리지 + 주사기 신공으로) 쓰는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펜을 좀 더 살펴 보겠습니다.

  

 

저는 클립을 별도 구매해서 달아 보았습니다.

 

 

예쁩니다. ㅎㅎ 이름이 ‘알 스포트 (Al Sport)’이니까 재질은 알루미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캡은 육각형으로 되어있는데, 한쪽에는 Kaweco AL Sport Germany가, 반대쪽에는 Golden Espresso가 적혀있습니다.

 

 

캡탑에는 카베코의 로고가 박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캡탑에 이렇게 로고가 박힌 것을 좋아합니다. 취향저격이네요.

 


이제, 무게와 길이를 측정해보겠습니다.

 

 

무게는 22g, 길이는 닫았을 때 10.8cm, 열었을 때 10.1cm (캡을 포스팅하면 13.1cm) 입니다. 작기는 하지만 작아서 못 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손이 크지 않은 편이라서 그런지, 캡을 꽂지 않고도 쓰는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펜이 얼마나 작은지 비교하기 위해 다른 펜들과 함께 놓아봤습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 카베코 알 스포트 골든 에스프레소,
  • 펠리칸 M405 슈트레제만,
  • 세일러 프로기어 21K 은장,
  • 라미 사파리 오리진 SE 테라 레드,
  •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플래티넘 클래식 (145),
  • 펜브스 308 니엔까오,
  • 파카 소네트 SE 아틀라스 CT,
  • 파카 듀오폴드 센테니얼 빅레드,
  • 비스콘티 반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
  • 플래티넘 #3776 센츄리 부르고뉴

이렇게 놓고 보니 카베코 알 스포트가 진짜 작고 귀엽네요. 색상은 커피를 닮아 예쁩니다.


이번에는 닙을 보겠습니다.

 

 

저는 M닙을 구매했는데요, 카베코 닙은 자체생산이 아니라 Bock 에서 외주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틸 재질이고 금색 도금이 되어 있습니다. 닙에는 카베코 로고와 닙 사이즈, 회사의 설립연도, Germany가 새겨져있습니다. 

 


잉크를 넣고 시필을 해볼 차례입니다. 동봉된 카베코 카트리지 대신에 그라폰 파버 카스텔 카트리지를 끼워서 시필해보았습니다. 색상은 그라폰 헤이즐넛 브라운이고, 사용한 종이는 한국제지의 밀크 프리미엄(80 gsm)입니다.

 

 

글자 하나의 세로 크기는 5mm 정도입니다. 유럽제 M닙 중에서는 오로라 만년필과 비슷하게 비교적 가는 선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M닙답게 매우 부드러운 필감입니다.

 

카베코의 F닙 / EF닙과 비교한 시필은 아래와 같습니다.

  

※ 물론, 같은 종이 위에, 같은 브랜드/같은 모델의 만년필을, 같은 잉크로 쓴다고 해도 펜 개체마다 편차가 있으니, 위의 시필샷은 그저 참고로만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카베코 스포트도 한 자루 정도는 구매해보고 싶다고 평소 생각해왔었는데, 우연히 이 골든 에스프레소를 보니 안 사고 넘어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리고 한 자루를 구매하여 써보니, 이젠 다른 색상도 사고 싶어졌습니다. ^^;

 

이 시국에 카페에 가기는 부담스럽지만, 언젠가 좋아지는 날,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면서 이 골든 에스프레소 만년필로 트래블러스 노트에 글줄을 끄적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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